이명박 정부가 경부운하에 이어 영어교육으로 또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철학의 부재이고, 둘은 총론과 각론의 무분별한 인식에 따른 오류이다,.
우선 첫번째 이명박 정부의 언어철학을 짚어보자.
언어는 단순하게 말하고 듣는 도구가 아니다. 오랜 세월 쌓인 문화를 기반으로 생성된 자기표현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언어는 다른 민족과 대별되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그저 입에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언어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중국인을 떼놈, 일본인을 쪽발이라고 얘기한다. 이 말을 외국인에게 뭐라고 번역해야 하나? 번역하기 쉽지 않다. 왜냐? 그들은 우리의 역사적 기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어에는 이런 말이 없는가? 당연히 있다. gook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이건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동양인을 깔볼 때 쓰는 단어다. 왜 gook이 한국인을 비록한 황인종을 멸시하는 단어가 되었는지는 미국의 역사를 모르면 그냥 피상적으로 이해할 뿐이다. 이렇게 언어는 그 나라의 역사와 구성원의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결정체이다.
또 우리가 영어로 몰입식교육을 한다고 가정하자. 역사를 가르칠 때 어떤 단어로 가르쳐야 하나? 당나라 군대는 뭐라고 가르쳐야 하는가? 신라를 Silla로 이해시켜야 하는가? 과연 Silla가 신라를 대변할 수 있는가? 아니다.
두말 할 필요없이 영어는 백인중심의 단어이기에 외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역사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왜? 영어 자체가 백인 중심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쓰는 이상 세계의 중심은 미국/영국이고 한국은 그저 알듯 모를듯 존재감없는 동양의 작은 나라일 뿐이다. 그래서 영어로 가르친다는건 역사의식이 결여된 껍데기만 나불거리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전국민에게 영어교육을 시킨다는건 전국민을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개조한다는걸 의미한다. 제대로 된 영어교육은 자국어의 충실한 교육을 뒷받침하는 제2 외국어라는걸 이명박 정부는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두번째 이명박 정부는 총론과 각론의 오해에서 설익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은 말한다. 영어를 잘해야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과연 그럴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영어 잘하는건 굉장한 무기를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잘해야 업무가 추진되는 직군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과거에는 유학출신이 우대받는 풍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면 같이 업무를 추진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영어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한마디로 영어는 업무수행에 있어 하나의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다시 본질로 들어가면 개인이 영어를 잘하면 좀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건 맞다. 그 외의 능력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좀더 나은 대우라는건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영어 못하는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다. 근데 전국민이 영어를 왠만큼 한다면 이 우월하다는 의미가 퇴색된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다 영어 잘하는데 영어 잘한다고 연봉을 또 올려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컴퓨터 잘하는 사람에게 연봉을 더 줬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면 영어를 잘하는 국가는 잘사는가? 이 역시 검증되지 않은 가정일 뿐이다. 영어권 국가 중에서 원래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와 식민통치 등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영어를 사용하게 된 나라를 분리한다면 후자의 경우 잘산다고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원래 영어를 쓰는 나라가 잘살게 되었을 뿐, 영어를 배운 나라가 잘사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는건 좋은 일이다. 그만큼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 영어를 잘하기 위해 전국민을 영어교육의 광풍으로 몰아넣는건 너무나 비생산적이다. 영어를 일상생활에서 써야 하는 1%를 위해 99%가 스트레스에 빠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영어를 쓰고 싶으면 인수위 회의나 국무회의에서나 영어로 하면 된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