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이하 강재섭)의 딜러 솜씨가 시험대에 올랐다. 며칠 전 한나라당 경선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를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두 선수의 대치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하 이명박)은 딜러의 카드를 불만스럽지만 받겠다는 입장인 반면, 박근혜 전대표(이하 박근혜)측은 기존 카드로 게임하자고 맞서는 상황이다. 결국 공은 박근혜에게 넘어간 셈이다.
딜러의 목표는 우선 판을 깨지 않고 끌고 가는 것이다. 그래야 흥행을 성공시킬 수 있다. 누가 판을 쓸어가건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아니 거기에 관심을 두는 순간 게임은 무효가 된다.(전문용어로는 나가리...) 불공정 경선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포커페이스는 선수에게만 필요한게 아니다. 딜러에게도 냉혹한 표정관리는 필수덕목이다.
과거 대선레이스에서 킹메이커의 역할을 했던 딜러들은 비록 뒤로는 충성을 맹세할지언정 앞으로는 공정한 선거를 강조하곤 했다. 그게 바로 이 바닥의 금칙이다. 그게 깨지는 순간 카지노는 아수라장이 되고 피바람이 분다.
그런데 강재섭이 승부수를 던졌다. 딜러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딜러가 단순한 패돌리기가 아님을 시위하려는 듯 싶다. 아니 스스로 딜러이자 카지노의 현대표라는 메시지를 두 선수들에게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승부수가 먹혀들었다. 두 선수는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주도권은 잠시나마 딜러가 차지했다. 한나라당의 질서를 강조한 얘기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자충수를 둔 것이 있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밝힌 점이다. 물론 자신의 승부수로 더 이상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싶었겠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정치는 협상의 산물인 만큼 양측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
강재섭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경선규칙을 합의만 하면 무조건 사후승인을 해줘야 하는 신세라는 것을 잊은건 아닌지 모르겠다. 올 하반기 자신의 임기도 대선주자와 상의해서 정하겠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딜러는 어디까지나 딜러일 뿐, 최종결정은 선수가 내리는 법이다. 실질적으로 딜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다. 카지노 대표도 마찬가지다. 과연 딜러의 의도대로 끝까지 선수들이 판에 남아줄지 아니면 스스로 카지노를 박차고 나갈지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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