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대통합작업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단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합 촉구 발언에 따라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대통합은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통합하느냐 방법론만 남은 것 같다.
하지만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대통합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각 정파의 태생은 비슷할지언정 정치적 지향점은 다른데, 이 차이는 그냥 묻어두고 무조건 대통합을 강행해야만 하는가?
주지하다시피 열린우리당의 창당과정을 보면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이 있었고 이를 위해 기득권 포기를 단행한 바 있다. 그 명분으로 열린우리당은 총선 과반수 의석 확보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다시 지역주의 정당과 통합을 한다는건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반대로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높았다면 이런 통합의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명분을 버리는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은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노무현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구 민주당 세력과 지역패권주의를 떨쳐버리려는 우리당 세력이 합쳐 대선에서 승리한들 다시 대립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심리를 헤아리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결국 反한나라당 연합체라고 할 수 있는 대통합은 공통의 정치철학도 이념상의 지향점도 각각 다른 이질적 집단의 모임으로 예측된다. 손학규와 이해찬의 인생역정이 다르고, 박상천과 유시민의 정치철학도 다르다.
개인적으로 정치인은 집권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집권을 포기할 수 있는 자기해체적 결단이 없으면 집권할 수 없다고 본다. 결국 명분을 쫓는 정치인은 지금은 죽지만 내일 살아날 수 있는 것이고, 이익을 쫓는 자는 지금은 살고 내일은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대통합이 명분을 도외시한다면 그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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