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5/26 수문을 줄인다고 댐이 무너지나?

삽질도 단체로 하면 덜 쑥스럽나?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언론계가 오버하고 있다. 언론탄압 운운을 넘어 헌법소원까지 나오고 있다. 오버도 보통 오버가 아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대한민국은 사법공화국이 아니다.

기자실 통폐합은 기술적인 문제다. 물론 기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분명 기술적인 문제다. 언론의 자유라는 본질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의 일부일 뿐이다. 청와대에서 발표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내실있는 브리핑을 강화하고,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메이저 언론사들에 의해 과점되어온 정부의 비하인드 정보를 모든 언론사에 공평하게 분배하고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아마 메이저 언론사 직원은 이 부분이 가장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고급정보를 언론같지도 않은 언론사와 공유해야 한다니 참 '가오' 안나오는 일일 것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어떤 실세가 메이저 언론사들에게 고위직 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이런 관행마저 거부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개하는 고급정보는 메이저 언론사만의 몫 이전에 국민의 알권리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소수 언론사에게만 분배하는 것은 팩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공존을 위협하는 짓이다. 오히려 여러 언론사들에게 공평하게 정보가 제공되어 다양한 게이트키핑의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합당하다.

세계적인 추세도 기자실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의 언론자유지수가 현저하게 낮다는 것, 그리고 정작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도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블로거들에 의해 밝혀졌다. 하지만 메이저 언론사의 뉴스에서 이 팩트는 교묘하게 빗겨간다.

저널리즘 횡포에 대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형 저널리즘의 폐해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기자이기 때문에 용서되고 언론이기 때문에 무마되는 관행은 언젠가 터질 뇌관이다.

기자들의 도제식 취재방법 전수? 야만적 조폭문화의 잔재다. 취재원에 대한 X가지 없는 취재방식? 특권의식에 따른 권한 남용이다. 언론사의 팩트 왜곡? 저널리즘에 대한 모독이다. 오보에 대한 무대응? 오만한 자기도취다. 족벌경영에 대한 순응?  천박한 역사의식의 발로다.

나는 언론사의 자발적인 개혁을 권한다. 스스로 칼을 들 땐 환부에 약만 바르지만,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할 땐 환부를 도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수구언론 뿐 아니라 진보적인 언론이라는 곳마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은 기자정신의 실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자정신의 실종은 기자가 곧 언론사 직원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기존 취재관행에 벗어난 방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의 정책을 언론탄압으로 단정하는 것은 일천한 사고체계의 깊이만 드러낼 뿐이다.

# 기자가 책상 밑에 숨은 까닭은?
# 기자실 폐쇄보다 중요한 가치, 정보공개
# 기자실 없어도 취재는 가능합니다

수문 몇개 닫는다고 댐이 무너지지 않는다
수문을 합친다고 물의 흐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통폐합된 수문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더 원활한 소통을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건 수문의 수가 아니라 댐이 제 구실을 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댐은 상류와 하류의 소통방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댐은 상류와 하류의 오해와 불신을 조장해 왔다. 언론이 정부와 국민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능해야 하지만 편의에 의해 조정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자단이 인터넷 언론 등 신생언론의 진입을 막는 기득권 카르텔은 아니었는지, 기자실이 천편일률적인 기사로 정부에 대항하는 담합 역할을 해온건 아니었는지 진지한 성찰을 촉구한다. 오히려 출입처의 폐지로 관계부처의 시각이 아닌 정부 전체의 시각에서 저널형성이 이루어 진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권주자들은 기자들의 눈치만 보는가?
마지막으로 대권주자들에게 대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한나라당에서 민노당까지 대권주자들은 모두 반대를 표명했다. 하지만 진지한 대안을 들어본 적이 없다. 대안없는 비판은 노무현 때리기에 편승하여 반사이익을 얻고, 기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는 시도라고 오해받을 수 있다.

대권가도에서 우호적인 기사 한줄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대권주자들은 경험상 수없이 확인해 왔을 것이다. 스스로 기자출신이어서 더욱 뼈저리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소신을 버린 편한 길 보다, 소신을 지키는 힘든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그것이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길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Rain and Gr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