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과 한나라당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각 정당의 주장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민노당은 한나라당과 거의 같은 맛에 속한다. 유전적 차이에 기반한 정치 DNA가 다른 것 빼고는 참여정부에 대한 정략적 접근은 비슷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 하며, 반대만 일삼는 것하며, 한나라당이나 수구언론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난 민노당 존재의 정당성이 희박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불행이라고 본다.

민노당이 처음 제도권 국회에 진출했을 때 걸었던 국민들의 기대는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제도권 안에서 작동케 하는 순기능 역할, 또 하나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문화의 변화였다. 하지만 노동계의 요구는 국회에서 원활하게 반영되지 않았고, 국회 산소탱크로서의 역할도 해내지 못했다.

민노당은 숫적 열세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초기에 캐스팅 보트의 역할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어딘지 순수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루어진 것은 없는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

민노당은 정치 스펙트럼상 비슷한 계위에 속한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른바 '명품 좌파론'이다. 그래야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각시킬 수 있으리란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맹목적 반대와 보조를 맞추는 우(愚)를 범하고 만다. 정책적으로는 오히려 열린우리당과 보조를 많이 맞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라는 이유로 한나라당의 이중대 역할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민노당 지지자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지지했던 국민들을 민노당으로의 집결을 시키기는 커녕 한나라당에 뺏기는 결과마저 낳게 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혁적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침묵을 지키다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구언론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런 민노당의 태도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구언론에게는 좋은 기사꺼리가 된다. 우파 뿐만 아니라 좌파에서도 배척받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기 좋은 것이 바로 민노당의 노무현 대통령 비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는 미래가치로 환산해 볼 때 열린우리당보다 민노당에게 실(失)이 더 많다. 개혁 우파 대통령도 환영받지 못하는데 좌파 대통령을 용인하는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론에 대해서도 민노당은 한나라당을 무색케 하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의 초점이 개헌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노대통령의 순수성만 문제삼는다는 것이다. 수구언론,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다. 역시 정략적 접근을 통해 노대통령만 까면 기본은 한다는 생각인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럴 수록 반사이익을 얻는 쪽은 짝퉁 우파들이다. 수구언론이 차려놓은 잔치상에 짝퉁 우파와 짝퉁 좌파가 놀아나는 꼴이다.

민노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게임을 하지 말고 국민을 상대로 정도(正道)를 걷기 바란다. 지급 시급한 것은 노무현 헐뜯기가 아니라 민노당의 정체성 찾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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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 and Gr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