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사고를 쳤다.
한나라당이 '한반도 평화비전-적극적인 대북개방 소통 정책'이라는 대북정책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무척 충격적이다. 내가 볼 때 이 정책은 한나라당 DNA에서는 도저히 생산될 수 없는 돌연변이로 보일 정도다.
한나라당 대북정책의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비핵화, 평화정착을 위해 필요시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 수용 검토
한반도의 완전한 긴장완화시 평화협정 체결
김포-순안간 남북 정기항공로 개설
한강-예성강·한강-임진강 뱃길 개설
단계적인 남북 전면 자유 왕래 추진
선 북한 방송·신문 전면 수용
남북한 유·무선 통신 개통 추진
극빈계층 300만명에 연 15만톤 쌀 무상지원
이를 주도한 정형근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입이 벌어진다. 기존 한나라당의 정책이 수구적이었음을 시인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현체제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시 가뿐 숨을 몰아쉬고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이걸 두고 대선용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데 대선에 즈음해 임시변통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6개월간 많은 토론과 검토를 통해 마련한 정책이다."
이쯤 되면 너무 어지러워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개과천선한 한나라당이 눈물겹도록 대견하지만 몇가지 질문은 던지고 싶다.
그렇다면 대북사업을 퍼주기라고 매도하던 과거 논리는 폐기하는 것인가?
폐기한다면 과거 왜곡된 주장에 대해 사과할 의사는 없는가?
도로에서 깜박이도 켜지 않고 U턴을 했으면 최소한 손을 들어 사과는 해야 할텐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기에 던진 질문이다.
어..쨌..든.. 쉽지 않았을 한나라당의 결정에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정치도 생물인 이상 번복도 가능하고 실수도 있다고 이해하자. 그리고 인간이니 만큼 사고수준의 발전이 있고 한나라당도 늦었지만 역사의 흐름을 깨달았다고 인정을 하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그대로 추진되리라 믿기에는 뭔가 2% 부족하다.
우선 현실적으로 이명박과 박근혜 측이 집권했을 때 이 정책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정말 이 정책이 피부에 와 닿으려면 두 후보가 직접 천명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검증공방에 정신이 팔린 후보진영을 제외한 한나라당 그룹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또 하나는 기존 보수층의 반발을 극복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수구신문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로 견제하고 있다. 좌파 보수식 성형수술, 눈속임 패션쇼 등의 자극적인 단어로 저주를 퍼붓고 있다. 한나라당이 보수원류를 자처하는 수구신문의 훈수를 무시할 수 있을까? 글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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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지층의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다. 한나라당의 U턴은 필연적으로 개혁세력의 유입과 보수세력의 이탈을 야기한다. 상대적으로 유입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이탈이 많다면 정당의 속성상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의 변신에 무조건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수구세력의 해코지로 변신이 물거품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러울 뿐이다. 설사 정형근의 발표가 말의 성찬에 그치고 선거용으로 끝날지라도, 과거 정책오류에 대해 시인을 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민노당보다 한나라당의 대북 지원책이 훨씬 더 중량감이 실리듯이, 한나라당의 전향적 자세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훨씬 앞당길 수 있다. 한나라당의 U턴이 성공할 수 있도록 블로거들의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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